나는 Product Manager다

그래서, 도대체 무슨 일을 하시는 건가요?

Myeongjin Kang
Myeongjin 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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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hind every great product there is someone - usually someone behind the scenes, working tirelessly - who led the product team to combine technology and design to solve real customer problems in a way that met the needs of the business.

- Inspired, Marty Cagen

전략실 인턴에서 PM으로

2020년, 컨설턴트가 되고 싶었던 나는 HYPERCONNECT라는 IT 회사의 전략실 인턴으로 들어갔다. 분명 컨설턴트라는 꿈을 꾸고 있었지만, 동시에 전산학을 전공하며 IT 회사들이 제공하는 웹과 앱, 그리고 다양한 서비스와 문제 해결에 대해 관심이 많은 상태였다. 그런 나에게 전략적 사고와 동시에 IT 회사의 업무 방식에 대해 체험할 수 있는 이 포지션은 분명 매력적인 기회였다. 그렇게 나는 다른 컨설팅 회사의 RA를 제쳐두고 HYPERCONNECT의 인턴으로 들어가기를 선택했다. 그 때의 나는 ‘IT에 강점을 가진 컨설턴트가 될 수 있을 거야!' 라고 생각하며 입사했다. 이 선택이 내 미래를 완전히 바꿀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채.

입사 후 내 일은 HYPERCONNECT에서 제공하는 여러가지 앱을 외부인의 시선으로 분석하고, 개선할 수 있는 부분들에 대해 제안하는 일이었다. 철저하게 외부인의 시선으로 바라본 결과물이 필요했기 때문에 나에게는 거시적인 사업적 방향성 정도만 공유된 상태였고, 나는 그 이후 약 한 달간 정말 오랫동안 자주 앱을 사용하며 두 앱 - Azar와 Hakuna - 의 유저를 Beginner, Enthusiasts, Maniac 세 단계로 구분한 후, 각 단계의 유저가 되기 위해 필요한 액션들, 그 액션을 실행하기 위한 퍼널의 개선안을 제공했다.

결과물은 다행히 CEO에게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졌고, 이후 내부 사용자 데이터에 대한 액세스 권한을 주며 지금 작성한 문제 및 개선안에 대한 우선순위화를 요청받았다. 이는 나에게 또 새로운 도전이었다. 대학교 학회에서 웹서핑을 하며 일부 데이터를 수집하고 데이터에 기반한 결론을 도출하는건 익숙했지만, 인터넷에 뿌려져 있는 정제된 데이터와, 후처리되지 않은 채 흩뿌려져 있는 데이터 사이에서 맥락을 찾아내는건 다른 문제였다. 다행히도 그 당시 데이터 분석을 위해 회사가 사용하고 있던 툴인 Amplitude는 직관적으로 데이터를 해석할 수 있도록 돕는 다양한 툴들을 제공했고, 이를 통해 위에서 찾았던 액션 및 퍼널의 As-is와 To-be에 대한 더 구체적인 제안안을 만들 수 있었다. 프리젠테이션을 들은 뒤, CEO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 회사에서 Product Manager로 일해보는건 어때요?"

그래서, Product Manager가 뭔데?

나는 대학교에 들어온 직후부터 컨설턴트가 되기 위해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 제안을 들을 때 Product Manager가 무슨 직책인지 정확하게 알지 못했다. 집으로 돌아온 뒤 PM이라는 직군에 대해 작성한 온갖 페이지를 살펴봤다. 그리고 내가 내린 결론은, 이 직업이야말로 내가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이었다.

내가 컨설턴트가 되고자 했던 이유는 비즈니스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 흥미를 느꼈기 때문이었다. 기업이라는 거대한 존재에서는 정말로 많은 문제가 발생했고, 지금 당장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도 더 높은 성장을 위해 새로운 방안을 창출해 나가야만 했다. 그렇기에 여러가지 방안들을 고민하고, 논리적으로 정돈하는 컨설턴트의 일이 나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국내 및 국외 유수의 기업들이 성장하도록 그 방향성을 제시한다니, 얼마나 멋진 일인가!

하지만 그렇게 긴 시간 노력해서 만들어낸 전략이 실행되지 못할 가능성도 있고, 실행되더라도 구체적인 실행 절차나 그 이후 결과에 대해 간접적으로 접할 수 밖에 없다. 컨설턴트가 된 선배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이 점을 언제나 아쉬워했고, 실제로 이 때문에 각 기업의 전략실로 이직하는 경우도 잦았다. 나 또한 계획을 매우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결국 그 모든 계획이 실행되고 결과를 재분석하는 접근에 더 흥미를 느끼고 있었다.

나는 IT 산업군에 대한 관심도 깊은 편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다양한 전자기기를 다루고, 코딩을 하고, 내가 사용하는 게임과 앱을 개선하는 아이디어들을 친구들과 취미삼아 이야기 나누곤 했었다. IT 산업군에 대한 내 관심은 전산학을 전공하며 더 깊어졌었고, 다양한 앱을 발굴하는건 이미 내 취미가 된지 오래였다. 이런 나에게 PM이라는 직군은 비즈니스 문제의 해결과 실행에 대한 갈망, 그리고 IT 산업군에 대한 관심사를 모두 합칠 수 있는 멋진 해답이었다.

Product Manager란 그 이름대로 제품을 관리하는 사람이다. 모든 기업은 그 형태가 유형의 물건이든, 무형의 서비스든 사업의 본질이 되는 제품이 존재한다. Product Manager는 해당 제품을 소비하는 소비자의 니즈, 그리고 제품을 제작하는 기업의 니즈를 고려해 어떤 개선을, 혹은 어떤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낼지 결정한다. 이를 실행한 후, 실제로 목표가 달성되었는지 검토한다. 해결 방안은 다른 기업과의 협상과 같은 사업적인 의사결정이 될 수도, 기술적인 해답일 수도, 혹은 디자인적인 해답이 될 수도 있다. 실제로 어떻게 일하는지 사례를 통해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Product Manager로 일한다는 것

Product Manager의 업무는 크게 네 단계로 나눠진다: 문제 정의, 해결방안 수립, 실행, 분석. 각각의 단계에 대해 가상의 시나리오를 작성해 보겠다. 이후 내용은 완전히 상상으로만 작성한 내용이며, 이에 잘못된 가설이 일부 있을 수 있음을 유의하자.

당신이 과거 Youtube의 Product Manager라고 가정해 보자. Shorts, Video, Search, Recommendation, Advertisement, Group... 수없이 많은 기능들이 Youtube라는 하나의 앱을 위해 존재하고, Youtube정도 규모의 회사는 각각의 기능별로 Product Manager를 확보하고 있다. (예: 글을 작성하는 현재 Youtube의 Channel Memebership만을 담당하는 Product Manager 포지션이 열려있다)

이 중 당신이 Youtube의 핵심, Video를 담당하는 Product Manager라 생각해 보자.

1. 문제 정의

문제 정의는 담당하는 영역 하에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립하고, 우선순위를 정해 지금 풀어야 하는 문제를 뾰족하게 만드는 단계이다. 문제는 시장 환경으로부터 올 수도, 기업의 방향성이나 정부의 정책, 다른 Product Manager와의 충돌이나 요청으로부터 올 수도, 프로그램의 버그로부터 발생할 수도 있다. 이번 예시에서는 단순하게 목표가 지정되었다고 가정해 보자.

기업의 방향성 하에서 당신에게 전달된 목표는 사용자들의 총 시청 시간을 늘리는 것이다. 총 시청 시간을 늘리기 위해서는 세 가지 방법이 있다:

  1. 영상을 보는 사용자의 수 자체를 늘리는 방법
  2. 다수의 영상을 보게 만드는 방법
  3. 각 영상별 시청시간을 늘리는 방법

데이터를 분석해 본 결과, 영상을 보는 사용자들은 이미 충분히 많은 영상을 보고 있고, 영상별 시청시간 또한 짧지 않은 수준이었지만, 유튜브를 켰는데 영상을 시청하지 않고 이탈하는 사용자가 많았다고 가정해 보자. 많은 사용자들이 홈화면에 진입했는데, 영상을 누르지 않고 썸네일만 보다가 이탈하는 상황이다. 즉, 영상을 보는 사용자의 수 자체가 늘어나는게 최우선 과제인 셈이다.

당신은 사용자들이 이탈하는 원인을 크게 두 가지로 분리해 생각한다.

  1. 추천 로직이 보고싶은 영상을 충분히 추천해 주지 못했다.
  2. 영상을 클릭해서 시청하는데 부담을 느끼는 사용자들이 많다.

이 중 1번을 실현시키기 위해 당신은 추천 로직을 담당하는 Product Manager에게 찾아가, 추천 로직의 개선을 요청한다. 그랬더니 상대 Product Manager가, 시청자들이 영상을 시청하는 횟수가 늘어나고 데이터가 더 쌓여야 개선할 방향성을 잡을 수 있다면서 2번을 먼저 진행하기를 제안한다.

당신은 실제로 일부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및 인터뷰를 진행하며, 왜 사용자들이 영상을 클릭하거나 시청하는데 부담을 느끼는지 여러 가설을 수립한다. 이 중 가장 빈번하게 언급되고, 설문조사에서 가장 많은 사용자가 선택한 문제점은 '썸네일과 제목만으로는 영상의 내용을 알 수 없다' 는 지점이었다. 썸네일을 보고 흥미로워서 눌렀는데 기대했던 내용이 아니거나, 기대했던 내용이 포함되어 있기는 한데 다른 내용들도 함께 포함되는 등 사용자의 기대와 실제가 다르다 보니, 클릭의 빈도가 줄었던 것이다.

이렇게 당신은 '홈화면에서 썸네일과 제목 뿐만 아니라, 신뢰할 수 있는 영상의 내용을 제공해야 한다' 는 문제상황을 정의한다.

2. 해결방안 수립

해결방안 수립은 문제 정의 단계에서 정의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고민하는 과정이다. 다만 이 해결방안은 문제 정의가 구체적으로 되었다면, 어느정도 그 윤곽이 쉽게 드러나기도 한다.

이 사례에서도 이미 구체적인 문제상황이 정의되었기에, 당신은 '신뢰할 수 있는 영상의 내용'을 제공해 주는 방법으로, 아래와 같은 해결 방안들을 생각한다.

  1. 썸네일과 실제 영상의 괴리를 좁히기 위해, 괴리가 큰 경우 영상을 제제한다.
  2. 영상의 일부를 조금씩 잘라 스냅샷을 4~6장 정도 보여준다.
  3. 영상 자체를 홈화면에서 실제로 재생한다.

이 중 1번 항목의 경우 자칫하면 크리에이터의 수나 영상의 수 자체를 줄일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우선은 2번(스냅샷)과 3번(바로재생) 아이디어를 실행해 보고자 마음먹는다.

3. 실행

그렇게 수립된 아이템을 Maker들과 함께 실제 상품으로 만드는게 실행의 과정이다.

뾰족한 해결방안도 나왔겠다, 만들기만 하면 될 것 같지만 실제로는 굉장히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합의도 거쳐야 한다. 위의 두 가지 솔루션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미디어 팀에서 스냅샷을 추출하는 방식이나, 혹은 홈화면에서 재생되도록 하기 위해 홈화면 담당자와 논의를 거쳐야 할 수도 있다. 음성의 재생이 가능할지 여부에 대해 애플 / 구글의 앱스토어 정책상 위배되는 사항은 없는지, 법적인 리스크를 늘리지는 않는지, 타 팀에서 진행되고 있는 실험에 부정적인 영향은 없을지, 이후 추천 로직이 더 잘 동작하게 하기 위해서는 데이터를 어떻게 쌓아야 할지 등 다양한 사항을 합의해야 한다.

그리고 나면 개발을 위해 개발자, 디자이너, QA 등과 함께 개발을 진행하고, 사용자에게 배포한다. 배포 과정 또한 기업마다 다르지만, 당신은 스냅샷과 바로재생 아이디어들이 실제로 영상 시청 시간을 늘릴 수 있을지 확인하기 위해 A/B 테스트를 진행하려고 한다. 혹시나 모를 리스크를 고려해, 60% 사용자에게는 기존대로 유지하고, 두 개의 실험은 각각 20%의 사용자에게 배포한다.

4. 분석

분석 단계에서는 실행한 실험이 실제로 성공을 안겨줬는지 분석하는 단계다.

위에서 배포한 내용을 분석한 결과, 실험 중 '바로재생' 안이 다른 두 개의 안에 비해 유의미하게 더 높은 성과를 기록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에 당신은 20%의 사용자에게만 배포되어 있던 바로재생 안을 점진적으로 더 많은 사용자에게 배포하며, 실험을 종료한다.

그 이후

위 사례는, 짐작했겠지만 유튜브 앱에서 업데이트된 바로재생 기능을 보며 내가 상상한 가상의 시나리오이며, 그렇기 때문에 굉장히 성공적인 사례다. 이 전체 프로세스를 하나의 Product Iteration이라고 정의하며, Product 팀은 이런 iteration을 수없이 자주 겪는다. 실제로는 '스냅샷' 아이디어밖에 해결 방안으로 떠오르지 않아 이것만 실험한 뒤, 큰 차이가 없어서 다른 해결 방안을 찾으러 갈 수도 있고, 아니면 문제라고 생각했던 홈화면의 영상 클릭률이 생각보다 나쁘지 않은 수준이었고, 다른 퍼널에서 더 개선의 여지가 많았을 수도 있다. 정확한 문제와 해결방안을 찾는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고, Product Manager 개인의 역량과 무관하게 수없이 많은 실험을 실패하게 된다.

빅테크 기업들의 A/B Test 실험 성공 비율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실험과 Lesson Learned을 쌓아가며 올바른 방향을 찾아나가고, 제품을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야말로 Product Manager의 일이다. 그 과정에서 수없이 많은 실패를 겪게 되지만, 그럼에도 이 글에서 설명한 Product Manager의 일이 당신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다면 당신에게 맞는 직업일지도 모른다.

여기서는 짧고 빠르게 각각의 단계를 요약해 전달했지만 실제로는 각 단계를 더 효율적으로 진행하고, 더 빠르게 결론에 도달하기 위한 여러가지 수단들이 연구되었으며 연구되고 있다. 이후 다른 포스트를 통해 각각의 단계와 접근하기 위한 전략을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도록 하자.

Concep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