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y: 이메일을 다시 당신의 손에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나를 위한 이메일

Myeongjin Kang
Myeongjin 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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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이메일이란 어떤 존재인가? 업무를 위해, 회원가입을 위해, 뉴스레터를 구독하기 위해, 영수증을 받기 위해, 여러 쇼핑몰의 할인 행사를 놓치지 위해… 인터넷이 만들어진 후 가장 먼저 생긴 의사소통 수단인 만큼 우리는 수없이 많은 상황에서 이메일을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이메일의 범용성 때문에,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처음에는 기대하지 않았던 여러 부작용들이 나타난다. 원치 않는 광고성 메일들이 시도때도 없이 휴대폰을 울리고(심지어 구독 해지가 어렵도록 숨겨놓는 경우가 많다!), 알림들을 무시하다 보면 오히려 중요한 메일을 놓치기도 한다. 간혹 날아오는 수상한 메일은 혹시나 피싱은 아닐지 걱정하며 조심스레 열어봐야만 한다.

그렇게 언젠가부터 이메일은 더 이상 나를 위한 공간이 아니라, 세상의 모든 기업들이 광고성 메일을 날리는, 방치된 우편함이 되어버리고 만다. 일일히 구독을 해지하기도 귀찮고, 새로운 이메일 주소를 만들어 회피하거나, 결국 이메일 알림을 끄고 만다.

우리는 이런 이메일을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문제 정의: 이메일의 특성

여러 SNS들과 Slack, Asana와 같은 협업용 툴들은 이메일을 대체하겠다는 야심찬 꿈을 가지고 나왔지만, 아직 우리에게 이메일은 반드시 필요한, 대체 불가능한 존재이다. 2023년 지금에도 1명의 사람은 하루에 평균 120개의 이메일을 받고, 40개의 이메일을 발송한다. 그리고 80%의 사용자는 매일 본인의 메일을 확인한다. 그러나 위에서 이야기했듯, 그 경험이 좋지만은 않다. 120개의 메일 중 85%는 광고성 메일이고, 1%는 피싱 공격이다. 수령한 메일 중 답변까지 이어지는 메일의 비율은 25%에 불과하다. 즉, 이메일은 Daily Retention이 80%에 육박하는 서비스임에도 불구하고, 이 중 75% 가량은 가치없는 정보에 불과한 골칫덩이 서비스이다.

왜 우리는 이메일에서 좋은 경험을 하기 어려운 걸까? 이메일 사용의 경험을 발송, 수신, 탐색 세 종류로 분류한 뒤 아래와 같은 문제점들을 나열해 볼 수 있을 것이다.

  1. 이메일의 발송
    • 답변해야 하는 이메일을 놓치거나, 너무 많아서 헷갈리는 경우가 있다
    • 높은 용량의 파일을 발송하는데 어려움이 있는 경우가 있다
    • 이메일이 정상적으로 포매팅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2. 이메일의 수신
    • 내가 원치 않는 메일이 수신된다 (+ 알림을 울린다)
    • 구독하고 있는 뉴스레터를 모아 읽기에 어렵다
    • 어디엔가 쌓아두어야 하지만, 알림이 오지는 않았으면 하는 메일들이 있다. (예: 영수증, 인증 등)
    • 내가 읽었다는 정보가 타인에게 전송되어, 내 개인정보가 침해되는 느낌을 준다
  3. 이메일의 탐색
    • 필요한 과거 메일을 검색하기 어렵다
    • 필요한 첨부파일을 찾기 어렵다

이런 사소한 문제점들을 끝없이 나열할 수 있지만, 가장 중요한 하나의 문제를 고른다면 결국 '내 이메일에 대한 통제권을 잃었다' 는 지점이 아닐까? 내가 원하지 않는 메일이 오는 것도, 답변해야 하는 이메일을 놓치는 것도, 내 '읽음' 기록이 노출되는 것도, 모두 내가 원하는 대로 이메일 inbox를 설계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내가 내 이메일에 대한 통제권을 얻고, 내가 원하는 메일에만 집중할 수 있다면, 다시 이메일을 사랑할 수 있지 않을까?

Hey의 해결방안: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메일함

이메일의 통제권에 대해 Gmail, Spark와 같은 기존의 이메일 서비스는 다양한 솔루션을 제시했었다. Pin / Star를 통해 중요한 메일을 놓치지 않도록 하며, 여러 이메일을 자동으로 분류해준다. (예: Gmail의 경우 기본 / 프로모션 / 소셜로 자동으로 분류해 이메일을 저장한다) Spark에서도 AI를 통해 각각의 메일을 Personal / Newsletter / Notification으로 분류해 주는 Smart Inbox 기능을 제공했다.

그러나 아직 이메일 자동 분류는 완전하지 않은 기능이며, 중요한 메일 하나를 놓쳐 큰 일이 일어날 수 있는 업무용 이메일 사용자들은 불안감을 가질 것이다. 그렇기에 Hey는 단순하면서도, 확실한 해답을 내놓았다: 나에게 온 모든 메일을, 사용자가 수동으로 분류하는 Screener 기능을 제공한다. 어떻게 보면 번거롭고 귀찮은 일이지만, 이 기능의 설계에는 많은 고민이 들어가 있다.

The Screener

우선 기능에 대해 살펴보자. 나에게 수신된 모든 메일은 우선 Screener에 쌓인다. 사용자는 이를 크게 네 가지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다: Imbox, Feed, Paper trail, Screened out. 이 분류는 Hey가 이메일의 사용성에 대해 내린 나름의 결론이다. Hey는 이메일을 세 가지 목적에만 사용하는 것으로 정의하는 것이다: 중요한, 알아야만 하는 Imbox 메일, 구독하고 있는 Newsletter 등 읽을만한 글들을 포함하는 Feed 메일, 영수증이나 회원 인증 등에 관련된 Paper trail.

Imbox, The Feed, and Paper trail

‌Hey는 이메일을 분류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각각의 분류별로 최적의 UI를 제공한다. Imbox는 대부분의 메일 앱에서 사용하는 구조를 따르되, Inbox zero를 만들기 수월하도록 읽은 메일과 읽지 않은 메일을 분명하게 구분해 노출한다. The Feed는 확장 가능한 쓰레드의 형태로, 하나하나 눌러 열어보지 않더라도 뉴스레터들을 훑어볼 수 있도록 한다. Paper Trail의 경우 단순 열람의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리스트 형태로 적재한다.

실제로 필자가 1년이 넘게 서비스를 사용하며 경험해 본 바에 따르면, 실제로 대부분의 이메일이 이 세 가지 종류로 구분된다는 점을 경험할 수 있었다. 또한 내가 원하는 메일만을 구독하고, 모아 볼 수 있기 때문에 내가 원하는 뉴스레터를 구독하는 것도 덜 부담스러워졌으며, 이를 읽게 되는 비율도 늘어났다. 과거에는 섞여서 혼란스럽고 귀찮기만 했던 이메일 리스트였지만, The Feed 섹션을 통해 다양한 블로그 포스트를 모아볼 수 있었다. Imbox에 들어오는 메일은 보통 중요한 메일이기 때문에, 관심을 가지고 읽을 수 있었으며 내가 만들어낸 분류이기 때문에 이메일을 놓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 또한 늘어났다.

Notification, Control

Hey의 이메일 알림 또한 흥미롭다. 보편적으로 이메일 알림이라는건 원하는 것보다 원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 착안해, 이메일 알림의 디폴트 값은 Off로 설정되어 있다. 이를 On으로 변경한 메일 주소에 대해서만 알림을 받도록 설계되어 있으며, 이는 도메인 단위로도 지정 가능하다.

이외에도 Hey는 '내 이메일에 대한 통제권'을 제공하기 위한 많은 기능을 포함했다. 답장을 놓치지 않기 위해 Focus, Reply Later, Set Aside 등의 기능을 제공하며, Privacy를 위해 Spy Tracker Blocker 등을 제공한다. 이외의 다양한 기능들은 Hey Features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Hey의 시도는 성공했을까? 1년에 최소 $99짜리 이메일 서비스임에도 불구하고 첫 주에 10만명이 Hey에 가입했다. 물론 Hey는 런칭되기 전부터 여러가지 점들을 통해 바이럴되었다. Ruby on Rails를 만들고, Basecamp를 만든 37 Signals가 개발했다는 점, 애플 앱스토어에 입점하면서, 인앱 결제를 제공하지 않아 애플과 마찰이 있었다는 점으로 인해 많은 기사들이 나왔었다. 그럼에도 첫 주에 10만명이라는 사용자 수는 분명한 PMF를 찾았다는 증거로 볼 수 있다.

Hey World, 이메일을 적으면 블로그가 됩니다

Hey의 런칭 이후 다양한 업데이트가 있었지만, 그 중 내가 가장 흥미롭게 본 기능은 Hey World이다. 이 기능은 내가 가지고 있는 Hey 계정에서 world@hey.com으로 메일을 발송하면 해당 메일이 본인의 블로그 글처럼 올라가는 기능이다. 이를 통해 Hey 계정을 가지고 있는 사용자들은 별도의 노력을 들이지 않고 본인의 블로그를 만들고, 이를 뉴스레터의 형태로 타인에게 발송할 수 있다. 이 기능은 두 가지 목적을 가지고 제공된 것으로 보인다.

콘텐츠에 기반한 Growth

해당 기능을 ‘Send an email to the web’으로 홍보하고 있는 점을 보면 그리고 이 기능이 동작하는 방식을 보면 Newsletter의 기능에서 착안해서 만들어진 자연스러운 확장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 기능을 구현하기로 결정한 다양한 이유 중 하나겠지만, 나는 이 기능의 가장 큰 목적이 Hey의 성장이라고 생각한다.

위에서 이야기했듯 Hey는 성공적으로 런칭되며 0 to 1을 달성했다. 이후 Hey는 1 to N을 위한 다양한 Growth 아이템들을 발굴했을 것이다. @hey.com이라는 귀여우면서도 눈에 띄는 메일 주소 자체도 바이럴이 될 수 있는 요소이고, Sent with Hey를 이메일 말미에 추가한 것 또한 과거 Hotmail에서부터 시작된, 전통적인 Growth 전략이었다.

하지만 Hey가 더 지속적으로 바이럴되기 위해서는 Hey가 노출될 수 있는 콘텐츠의 양 자체를 늘렸어야 했다. 그리고 다양한 콘텐츠를 생성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사용자가 직접 게시글을 작성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며, Hey는 이에 대한 해결 방안으로 블로그라는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실제로 World 하단에는 'Sent to the world with HEY' 라는 문구가 붙어있으며, 이 Newsletter를 구독한 사용자는, @hey.com으로부터 발송된 이메일을 수신하며 이메일을 받을 때마다 Hey를 인지할 수 있을 것이다.

기능의 확장을 통한 Lock-in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메일은 다른 서비스로 옮겨갈 수 있는 서비스다. 이는 대부분의 이메일이 의사소통을 목적으로 하며, 이 때문에 과거 히스토리가 단절되더라도 의사소통을 이어갈 수는 있다는 점 때문이다. 물론, 과거 히스토리의 단절은 누군가에게 매우 중요한 문제일 수 있으며, 이에 이메일 서비스 자체도 보편적인 SNS에 비해 이전이 훨씬 어려운 서비스이다. 하지만 이는 누적된 콘텐츠에 비할 바는 아니다. 본인이 직접 만들고 가꾸어 나간 블로그는 다른 서비스에 비해 훨씬 더 이전이 어려우며, 이 때문에 Hey World를 사용한 사용자들은, 그리고 그 World에 소중한 게시글이 있는 사용자들은 서비스를 이탈하기 매우 어려워진다.

결과적으로 World라는 기능은 신규 유저의 인입과 기존 유저의 이탈을 막음과 동시에, 이메일이라는 기존 서비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훌륭한 해답이라고 생각한다.

마치며

Hey는 이메일의 문제에 대한 하나의 해답을 제공했지만, 이것이 Hey가 완벽한 제품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다른 이메일 플랫폼에 비해 메일의 작성이나 포매팅이 어렵다는 의견도 존재하고, Hey에서 제공하는 카테고리의 분류가 적합하지 않는 사람도 존재할 것이다. 가치를 느낄 수 있지만, 연 $99만큼은 아니라 가입하지 않는 사용자들도 존재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이메일이 필요한 세상 속에서 살고 있으며, 온갖 곳에서 날아오는 다양한 이메일은 여전히 우리에게 골칫거리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Hey의 꾸준한 노력과, 혹은 더 뛰어난 해답을 내놓을 다른 서비스들을 기대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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